"단일화실패는 투쟁한 사람에 대한 배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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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합의못한점 국민에 죄송>
○…두김씨는 1시간30여분간의 단독대좌끝에 김태룡민주당대변인과 한광옥 김고문대변인을 회담장 안으로 불러 김고문이 양자간에 합의한 내용을 구술한것을 두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발표토록 하곤 평소와는 달리 말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김대변인은 발표 서두에 『두사람이 2시간이나 만났으나 솔직이 말해 합의사항이 없다』고 운을 뗀뒤 『합의를 못한점에 국민과 당원에게 죄송하다』고 밝히며 발표도중 3∼4차례나『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해 사실상 결렬을 시사했다.
한대변인은 『오늘 회동에서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서로가 적나라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진지하게 얘기함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이나 생각을 서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한후 『이를 토대로 앞으로 좀더 깊이 검토하고 숙고하여 다시 만날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사실상의 단일화 실패를 시인.
양대변인은 기자들이 『오늘의 발표를 결렬선언으로 보아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결렬선언으로 보는 것은 가당치않고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했으나 다시 만나게 되는 시간을 정하지 않았고 이날의 회담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두사람이 다시 만날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양측 모두 비슷하게 전망했다. 이날 두김씨는 서로 굳은 표정으로 인사말 없이 악수만 나누는등 처음부터 딱딱한 표정이었다.
먼저 도착한 김고문은 『잘되겠느냐』 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표정하게 『잘 돼야지』라고만 하고는 테이블위에 놓여있는 TV마이크를 발견하곤 『우리가 밥먹으며 하는 이야기까지 녹음하는게 아니냐』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테이블위의 화병과 함께 치울것을 측근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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