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지체장애딛고 문단입문|김재찬씨, 월간 『문학정신』공모 소설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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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창녀촌에서 태어난 한젊은이가 자신의 출생을 원죄처렴 지닌채 밝은 사회로 나가기위해 겪는 욕망과 좌절이 기둥줄거리입니다.
1천4백장의 장편 『비어있는 오후』 로 월간『문학정신』 사 창간기념공모에서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김재찬씨(28) 의 작품설명. 김씨는 까다로운 심사위원으로 꼽히는 하근찬·이제하씨에 의해 뽑혔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그자신 전신이 뒤틀리는 소아마비로 인해 언어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지체부자유자라는 점에서 문단의 화제와 주목을 끌고 있다.
떨리는 손으로 원고지에 먼저 쓴뒤 타자기에다시 옮긴다는 김씨는 문학수업도 체대도 못받았고 타자기도 한손가락만 사용하는 『순 후로쿠』라고 몹시 더듬거리는 말투로 겨우 자신을 소개한다.
김씨는 현재 경기도화성군서신면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신체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취재를 위해 열심히 돌아다닌다는 김씨는 사람들 사는 모습을 이해하기위해 아예 거주지자체를 옮기는 방법을 사용, 그동안 고향인 공주를 비롯해 논산·부여·서울·서산등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보증금없이 월세1만5천원의 삭월세방에 살고있는 김씨는 그동안 돈을 벌수가 없어 논산의성냥공장에 나가는 어머니가 매달 얼마간 부쳐주는 생활비로 살아왔다고.
『당선통지를 받은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지요. 그랬더니 겨우 「잘했다…」는 말 한마디만 하시곤 우시더군요.
최초로 사람구실을 할수 있었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는 동안 불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두살때 잃었기 때문에 편한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김씨는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음료수를 컵안에 가득 채웠을 때 제대로 마실 수가 없다는점 정도』라고.
손이 흔들려 바지와 입가에 음료수가 넘쳐흐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8년 논산고등학교를 즐업한 뒤 그동안 10편의 장편과·15편의 중편등 2만장에 가까운 작품을써봤다는 김씨는 3년전 우연히 기독교를 전도하기 위해 나온 김사영씨(30)와 만나 함께 살고 있다.<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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