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생, 지인이 '대리시험' 치러준 사실 드러나 '무기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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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재학생이 학교 수업에서 시험과 과제물 제출 등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시킨 일이 적발돼 ‘무기정학’ 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2012년 서울대에 입학한 권모(25)씨는 지난 2016년 1학기 두 과목, 2학기 한 과목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과제물 제출을 자신이 운영하던 소규모 대입학원의 동업자인 30대 남성 A씨에게 대신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서울의 H대 공대를 졸업했다.

권씨의 부정행위는 지난해 12월 A씨가 학교 측에 ‘자신이 권씨의 시험을 대신 치러줬다’는 사실을 직접 고발하면서 밝혀졌다. 서울대에 따르면 권씨는 A씨 등과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입 입시학원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권씨와 A씨 사이에 불화가 생겨 권씨가 학원을 나오게 되자 A씨는 학교에 대리시험 사실을 알렸다.

A씨가 대신해 준 1학기 과목에서 권씨는 각각 B, C+의 성적을 받았지만 학교는 이를 모두 F로 변경 처리할 방침이다. 2학기 과목은 부정행위가 적발된 다음에 성적이 부여돼 F 성적을 받았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권씨가 재학생인 자신보다는 공대를 졸업한 A씨가 그나마 시험을 잘 치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맡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권씨는 공대 내 학생 징계위원회에서 잘못을 모두 시인했으며 “군에 입대했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무기정학’은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징계다. 현재 이 같은 징계 수위는 지난 8일 공대 내 징계위에서 정해진 상태로, 열흘간의 이의신청을 거쳐 대학 본부가 최종 확정한다. 서울대 공대 측은 “권씨가 그동안 학원 사업에만 매달려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기정학 기간 중에도 수업 청강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대에서는 2015년에도 대리시험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사회과학대에서 개설한 수업에서 자연대 대학원생이 경영대 학부생의 기말고사 시험을 대신 치른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는 두 명에게 각각 3개월, 4개월의 유기정학 징계를 내렸다. 최근 이 학교 자연대는 양심껏 시험을 치르겠다는 서약서에 학생이 직접 서명토록 하는 ‘아너 코드(honor code)’ 제도를 도입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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