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안희정에게 젊은 노무현 보인다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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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다가오면서 비문재인계 의원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6일 독일 출국을 앞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비문계 의원 20여명과 여의도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종걸ㆍ박영선 전 원내대표, 변재일 전 정책위의장 등 당내 비문계 중진들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를 돕고 있는 정재호 의원과 이재명 시장 측의 유승희 의원이 초대됐다. 모임을 주도한 이언주 의원은 “탈당설과 당내 경선 구도 등에 대해 김 전 대표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후보 검증을 위해 토론회가 활발하게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일부 의원들의 특정 캠프 줄서기 현상을 우려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 측을 겨냥한 비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문 전 대표를 추격 중인 안희정 지사도 이날 대화 주제로 올랐다고 한다.

최명길 의원은 “안 지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선언은 없었고, 지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안 지사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초기 정치인 시절의 모습이 보이고, 문 전 대표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부분이 자꾸 생각이 난다는 젊은이들의 반응이 있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 지사 측 정재호 의원도 김 전 대표의 안 지사 지지 신호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다 그렇게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김 전 대표의 지지가 당내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안 지사는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참석한 김성수 의원은 “20일 독일에서 귀국한 뒤 본인의 거취에 대해 결심을 굳힐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인 13일에는 비문계 의원들과 국민의당 호남 지역 의원들이 만나는 만찬도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당과 계파를 떠나 개헌 추진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끼리 만나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여러가지 논의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독일 출국 전날인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을 갖는다. 김 전 대표는 독일에서 귀국한 뒤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성운·채윤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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