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日人 후쿠도메, 천안에 '사죄비'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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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재 관광지로 유명한 일본의 고보댐을 강제징용된 수천명의 조선인이 건립했다는 것을 알고 일본 군국주의의 잔인함을 깨달았습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강제 징용돼 희생된 한국인들을 위해 '사죄비(謝罪碑)'를 직접 제작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전직 교사 후쿠도메 야스오(福政康夫).

후쿠도메는 오는 22일 충남 천안시 국립묘지 망향의 동산에서 사죄비 제막식을 연다. 그는 또 일본인 28명과 함께 사죄 추도식 '한(恨)의 무(舞)'를 거행하고 고보댐 현장에서 발굴한 유해를 들고 와 납골식도 할 예정이다.

일본 히로시마(廣島)현에 거주하는 후쿠도메는 1970년대 초반 같은 지역에 있는 고보댐이 일제 강제 징용자에 의해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까지 진상규명 작업을 벌여왔다. 특히 그는 '고보 댐 강제연행을 조사하는 모임'을 조직, 반세기 이상 일본에 묻혀 있던 당시 조선인들의 유해를 발굴했고 위령제도 지냈다.

후쿠도메는 교사로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 징용자 유해 발굴작업과 진상규명 운동을 벌이다가 교장 승진을 앞두고 면직당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는 최근 태평양전쟁 희생자 광주유족회에 보낸 서신에서 "강제 징용자들은 혹독한 일을 강요당하면서도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지쳐서 좀 쉬다 구타와 고문으로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죄비를 건립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태평양전쟁 희생자 광주유족회 이금주 회장은 "일본인들이 태평양 전쟁 희생자들과 관련해 세운 비석들은 위령비가 대부분"이라며 후쿠도메의 사죄비 건립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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