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전격 통화, 트럼프 '하나의 중국' 존중 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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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존중 의사를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이른 시일내에 만나기로 합의하고 서로 초청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전 이뤄진 통화에서 "나는 미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키는 것이 갖는 고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국영 CCTV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감사를 표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달라는 시 주석의 요청에 대한 응답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양국 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간 최대 요인이 제거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기존 관례를 깨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데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왜 얽매이지 않으면 안되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양국 관계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발언"이라며 맹반발했다.

이날 전화 통화에 이은 정상회담도 조속한 시일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양국에서 각각 만나자는 초청도 교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대단히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더 협의해 나가기를 고대한다"고 설명했다. CCTV는 "두 정상은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며 적시에 공동관심사를 논의하고 이른 시일안에 만나자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시 주석에게 중국의 명절(정월 보름) 맞이를 축하하는 친서를 보낸 지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통화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협력 관계와 윈·윈(win-win) 관계를 강조했다고 양측은 밝혔다.

하지만 미·중 관계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둘러싼 최대의 불안요인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역불균형 문제와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인 대중 인식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입장에선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길에 오른 시점을 택해 전화 통화를 성사시킴으로서 미·일 정상회담에서의 대중(대중) 공동 대응 논의를 사전 견제하려는 속셈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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