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호주 중앙은행은 22일로 만기가 되는 원화와 호주달러의 통화 스와프(맞교환) 계약을 3년 연장하고, 규모도 100억 호주달러(약 9조원)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기존 통화 스와프(50억 호주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유사시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화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약정하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안정해진 세계 경제 상황을 감안해 ‘외화 곳간’을 최대한 늘리자는 취지에서 규모를 확대했다. 통화 스와프 자금을 금융안정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월 말 현재 3740억 달러에 이르지만 대비책은 많을수록 좋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생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치적인 이유로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논의가 중단되고, 중국과의 계약 연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 호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호주는 독일·캐나다·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모두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한 4개국 중 하나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국이 맺은 통화 스와프 전체 금액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1190억 달러에서 1222억 달러로 늘어났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