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추모제’ 막은 공로로 경찰이 받은 표창장…네티즌 공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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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 네티즌이 공개한 표창장.[사진 인터넷커뮤니티]

2009년 7월 10일. 이날은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 안장식이 치러진 날이다.

같은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49재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49재는 열리지 못했다.

대한문 앞은 노 전 대통령의 시민 분향소가 설치됐던 곳인데, 경찰은 49재 보름여 전인 6월 23일 분양소를 완전 철거했다. 촛불 추모제 등 진보 진영 집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경찰은 49재 추모제를 저지했다. 이른 아침부터 경찰버스로 대한문 앞에 벽을 쳤다. 그런데 10일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추모제를 막은 공로로 서울의 한 경찰관이 받은 표창장이 인터넷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2009년 7월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49재가 열린 예정이었던 서울 덕구숭 대한문 앞을 경찰버스가 막고 있다. [사진 뉴시스]

2009년 7월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49재가 열린 예정이었던 서울 덕구숭 대한문 앞을 경찰버스가 막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날 공개된 표창장은 노 전 대통령의 추모제를 막은 공로를 인정해 해당 경찰서장이 수여한 것이다. 표창장에는 ‘2009년 7월 10일 대한문 앞에서 개최될 노 전 대통령의 49재 및 추모문화제에 사용할 무대방송차량을 서부역 롯데마트 앞에서 조기에 발견, 행사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고착시키는 등 경찰 업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므로 이 장려상을 수여함’이라고 적혀 있다.

서울남대문경찰서장의 직인도 찍혀 있다. 이 사진을 올린 이는 “아는 사람 집에 자랑스레 걸려 있는 걸 직접 찍어 온 사진”이라고 밝혔다. 다른 곳에서 사진을 복사한 게 아니고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의 대통령을 추모하는 49재와 추모문화제에 쓰일 방송차량 틀어막고 상받는게 이 나라의 경찰”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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