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아빠’ 트럼프 제동 건 이방카…“反LGBT 행정명령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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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딸 이반카와 함께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딸 이반카와 함께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소수자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 명령을 준비했지만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적극적으로 반대해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도입된 성소수자 노동권 보호 정책을 폐기하려 했지만 이방카와 쿠슈너가 만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소수자(LGBTG)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했다는 소문이 돌자 진보 단체들은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성소수자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동성애자(Queer) 등을 말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발동한 성소수자 보호 행정명령을 유지하겠다는 확언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권의 실세인 둘은 동성애자 인권 신장을 지지한 전력이 있다.

이들의 조언이 통한 것인지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바꿔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LGBTQ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서명한 성소수자 권리 보호 행정명령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180도 바뀐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그랬듯 LGBTQ 인권을 계속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며 연방정부 계약 업체들의 성소수자 직원 차별을 금지한 2014년 행정 명령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방카는 아버지 취임 이후 각종 정치 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 출신 아내 멜라니아를 대신해 영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과 정권 인수인계 과정 전반에 걸쳐 막후실세로 활약했다. 그는 현재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을 뒤집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성소수자 인권 보호 정책 역시 폐기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독실한 기독교 복음주의자로 동성애에 부정적이다.

뉴욕 출신 유대인인 쿠슈너는 진보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일가 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있다”며 “이들에 의해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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