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외교→산업 … 20년간 바뀐 한국 통상주관 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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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通商)’이란 이름을 가진 정부 부처는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46년간 없었다. 관련 업무를 상공부·외무부·경제기획원 등이 나눠 했다. 첫 통상 전담 부처의 탄생은 94년이다. 그해 말 김영삼 대통령은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상공자원부를 통상산업부로 바꿨다. 통상 분야 실무는 1급의 통상무역실장이 주관했다. 통상무역실은 기존 상공부에 있던 통상정책국과 통상협력관실·무역국·통상진흥국을 합해 만들었다.

통상조직 주관 부처는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졌다. 통상산업부는 탄생 5년차인 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며 사라졌다. 통상 업무가 산업부에서 외교부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외국과의 협상에서 외교와 통상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대신 장관급의 통상교섭본부장을 뒀다. 통상을 외교부 안에 두되,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외교부 공무원이 아니라 외부인에게 통상 업무를 맡겼다.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직전까지 통상산업부 차관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민간인 최초로 임명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지휘했다. 통상교섭본부 체제는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졌다.

정책 연속성·전문성 떨어져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조직은 다시 이사를 해야 했다. 외교에서 분리돼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쳐졌기 때문이다. 산업을 잘 아는 부처가 FTA 체결 등에 나서야 효율적인 협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지난 20여 년간 통상 전담 부처가 자주 바뀌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은 어느 한 분야에서 전담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 범부처 차원의 통상 관련 위원회를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만들어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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