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지명 박병호, 먹구름낀 팀내 입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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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박병호(31·미네소타)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양도지명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양도지명(DFA·designated for assignment)한다'고 4일(한국시간) 발표했다. 미네소타는 전날 구원투수 맷 벨라일(37)을 영입하면서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내 벨라일의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박병호 자신도 몰랐고,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도 '놀라운 움직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박병호는 지명할당 조치를 통해 웨이버 공시됐다. '방출 대기'란 표현 다른 팀에서 일주일 내 다른 팀에서 클레임(전년 성적 역순)을 걸 경우 이적할 수 있다. 클레임을 건 구단이 미네소타와 박병호가 맺은 계약을 이어받을 경우 그 팀으로 이적한다. 하지만 박병호에게 남은 계약기간과 금액(3년·총액 925만 달러)이 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년 밖에 뛰지 않아 지난해 LA에인절스에서 지명할당된 뒤 FA 자격을 얻은 최지만(뉴욕 양키스)과도 처지가 다르다.

결국 박병호는 일주일 뒤 마이너리그 구단과 계약한 뒤 초청 선수 자격으로 미네소타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전망이다. 트레이드 확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미네소타가 일부 금액을 보전해주지 않는다면 선뜻 나설 구단은 없다고 봐도 된다. 미네소타로서는 포스팅을 통해 이적료(1285만 달러)를 쓰면서 박병호를 데려왔기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여전히 미네소타에서 시즌을 맞이하고, 또다른 경쟁자가 영입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박병호에게 치명적인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박병호를 영입했던 테리 라이언 단장이 경질된 뒤 부임한 테드 레빈 단장이 박병호를 팀내 핵심 선수로 보지 않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박병호는 케니스 바르가스와 지명타자 겸 백업 1루수 자리를 놓고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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