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300만명이 보험료 덜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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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실제 소득보다 자신의 소득을 크게 줄여 신고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적게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소득이 대부분 노출되는 직장인들은 세금.건강보험에 이어 국민연금에서도 '봉'신세가 되고 있다. 이들이 받는 노후 연금액이 줄어드는 등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국민연금 지역 가입자의 소득을 추정할 수 있는 신고기준소득(추정소득) 모형을 개발해 이 기준에 따라 지역 가입자의 신고 소득과 비교한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역 가입자 중 보험료를 내고 있는 5백83만1천여명의 절반이 넘는 3백27만여명이 실제 소득보다 낮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가량인 1백16만7천여명의 신고소득은 추정소득의 60%에도 못미쳤다.

특히 34만4천명은 실제 소득의 40%도 안되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4월 도시 자영업자에 게까지 국민연금이 확대된 후 이들의 소득 축소 신고가 계속 논란이 돼 왔지만 구체적인 통계로 뒷받침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공단은 60% 미만으로 소득을 신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1백16만명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소득을 80%까지 끌어올려 신고하도록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중 12만명의 연금 보험료가 20% 가량 인상됐다.

복지부는 나머지 1백만명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이 정도 선에서 보험료를 올리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복지부와 공단이 적용한 신고기준 소득 모형은 ▶사업장이 입지한 땅의 공시지가▶동일 업종이 부담한 과세소득액▶재산 및 자동차▶성.연령 등을 고려해 지역 가입자의 소득을 추정하는 것이다.

땅값이 비싼 곳에서 장사하면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사실을 주변의 동일 업종 사업자와 비교해 추정한다.

자영업자가 이처럼 소득을 낮게 신고하면 전체 가입자의 소득 평균액을 낮추는 역효과를 내기 때문에 노후에 받는 연금 지급액이 줄어들게 된다. 자영업자 소득 축소 신고가 직장인들의 연금 수령액을 낮추게 되는 것이다.

복지부가 새로운 모형을 적용하는 이유는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기가 가라앉은 마당에 보험료를 올리다보니 대상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또 현행 국민연금법은 가입자가 신고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고 추정소득을 가입자에게 제시하거나 미리 통지할 수 있지만 이를 강제 적용할 근거는 없다. 이 때문에 복지부의 이번 조정 작업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신성식.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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