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박 대통령, 지시 대부분 전화로…수첩 읽는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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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에 기록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는 대부분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받아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업무 수첩에 적힌 박 대통령의 지시 대부분이 직접 만나 기록한 게 아니라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받아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으며 재직 시절 업무 수첩에 박 대통령의 지시를 어떻게 기록했는지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은 2015년 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작성됐으며 모두 17권으로 500쪽을 넘는다. 검찰은 작년 10∼11월 안 전 수석의 주거지와 청와대 압수수색으로 이들 수첩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은 수첩의 첫 장부터는 수석비서관회의 등 일상적인 회의 내용을 기록했고 마지막 장부터는 박 대통령을 뜻하는 ‘VIP’라는 제목 아래 박 대통령의 지시를 기록했다.

검찰에서 안 전 수석은 “업무 수첩에 적힌 박 대통령의 지시 대부분이 직접 만나 기록한 게 아니라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받아적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첩에 기록된 것은 모두 박 대통령의 지시이며 내 생각을 덧붙인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은 “어떤 때는 박 대통령이 전화로 1시간 이상 지시한 적도 있다”며 “통화 도중 ‘받아적고 있나요’라고 물으며 지시를 충실히 기록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지시할 것을 미리 수첩 같은 곳에 적어뒀다가 자신에게 불러주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차은택(48)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최순실(61)씨에게 만들어준 문장을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토씨 하나 안 빼놓고’ 읽는 것을 봤다고 증언한 바 있다.

차 전 단장은 최씨가 특정 휴대전화로 박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자주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일 열린 6차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으로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제출된 수첩에 진실이 포함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종범 전 수석은 이날 손을 들고 법원에서 일어나 “변호인들이 진실 말하라고 설득했다. 수첩에 기밀 포함돼 부담됐었다. 고심 끝에 그대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진실이 포함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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