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협업·협상 역량 필요한 분야가 유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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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14면

서울시립대 3학년 최소희(22)씨는 지난해 11월 세무사 시험에 최연소 합격했다. 수험기간만 보통 3~4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을 1년여로 단축해 1·2차 시험을 뛰어넘었다. 최씨는 “세무사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에 의해 대체 가능성이 있는 직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게 신경이 좀 쓰인다”고 말했다. 그의 계획은 7급 세무직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거나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다.


유엔 미래위원회는 지난해 1월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서 30년 후 AI가 인간을 대신할 직업군에 회계사·세무사 등을 넣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달 초 발표한 AI·로봇 전문가 21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회계사와 세무사를 대체 위험이 낮은 직업군으로 분류했다. 다만 2025년엔 국내 직업종사자의 61.3%가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사이에 각종 기관이 우후죽순처럼 AI에 의해 사라질 직업 명단 등을 내놓고 있다.


대체적으로 이런 예측은 AI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기계 조작 등 단순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 작업의 비중 ▶창의력이나 공감능력, 정교한 손동작이 요구되는 작업의 비중으로 대체 가능성을 구분했다. 구글 알파고의 사례에서 보듯 분명한 목표(집을 많이 확보하면 이김), 정해진 환경(19×19 반상 밖으로 못 나감), 선택에 따른 피드백(매 순간 집수 계산으로 우위 여부 파악), 풍부한 과거 기록(기보) 등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으면 AI가 유리하게 된다. 오랜 기간 숙련도를 높이는 교육훈련을 받아야 할 수 있었던 일조차 앞으론 AI가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어떤 직업이 유리하고, 어떤 학과를 나와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지 전망은 개인의 선택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평생직장이란 신화가 깨진 상황에서 변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세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 시대에 어떤 직업 또는 전공이 최적인지 사교육 컨설팅까지 나올 판국”이라며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 전망은 단순 참고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역량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키울지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정철영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은 “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이나 비판적 사고, 협업, 협상 등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역량”이라며 “이런 기초 역량을 키워줄 수 있도록 교육훈련 패러다임을 새로 짜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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