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자백 강요" 소리친 최순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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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그러고…박 대통령 공동 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25일 오전 11시 16분쯤 특검에 압송돼 온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소리치기 시작했다. 특검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선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돌려 “너무 억울해요! 우리 애들까지,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1일 검찰에 처음으로 출석하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최씨는 검찰 출석 당시 흐느끼며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며 사죄의 뜻을 거듭 밝혔다.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 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씨의 태도는 탄핵심판과 국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돌변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피의자 면담 형식을 빌려 자백을 강요했으며 검사도 최씨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최씨 본인도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검사가) 강압 수사만 했다. 수사가 아니라 방향 정해놓고 몰고 갔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씨 측은 강압수사 주장을 이날 체포되기 전까지 6차례에 걸쳐 특검팀 소환을 거부하는 이유로도 활용해 왔다.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 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최씨의 격렬한 반응도 재판과 수사에 대응하는 일관된 전략에 따른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강압수사를 주장하면서 진술거부로 일관하는 최씨의 태도는 본인의 형량을 낮추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며 "범죄사실들이 박 대통령과 직결되는 상황은 막아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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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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