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지원금 의존 말고 스스로 힘 길러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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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호 10면

‘블랙텐트’의 두 번째 작품은 세월호 엄마들로 구성된 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23~24일)이다. 이 작품을 쓴 극단 걸판의 작가 겸 연출 오세혁(36·사진)은 지난해 ‘권리장전 검열각하’ 시리즈 ‘괴벨스 극장’ 등 풍자극으로 활약하면서도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을 받는 등 순수연극과 상업극의 경계를 넘어 공연계 총아로 떠올랐다. 현 정부의 문화말살정책을 비웃으며 보란 듯 우뚝 선 그는 “연극계가 지원금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제도권 안팎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다.


“작업 기준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할 수 있느냐다. 뮤지컬도 만약 창작자에게 제약이나 조건을 걸었다면 안 했을 거다. ‘블랙텐트’나 ‘권리장전 검열각하’는 내 본질과 같다. 극장 바깥의 집회 현장에서 같이 호흡하는 마당극에 감동해 연극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극으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게 좋다.”


-정부의 검열 메커니즘을 괴벨스 시대로 풍자했는데.


“지금 지원금 전략들이 괴벨스 시대에서 온 게 있다. 지원금을 아주 적게 줘 받을지 말지 고민하게 하고, 조금이라도 받으면 눈치를 보게 한다. 우리 극단은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다. 스스로 힘을 키우면 되니까. 받으면 좋고 못 받으면 그만인 거다. 예술인들은 그래야 된다. 어차피 예술은 어느 시대나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쫓겨 다니거나 외면당하면서 소수의 지지자들 덕분에 버텨 온 거 아닌가.”


-지원금 없이 극단 운영이 가능한가.


“우린 늘 초청받아 전국을 돈다. 대관을 하면 지원금에 기대게 되니 개런티를 못 주는 폐단도 생긴다. 공연의 가장 올바른 정신이 버스킹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돌아다닌다. 우린 풍자극도 하지만 어린이 공연 등 생활을 위해 모든 공연을 다 한다. 지원금을 받아야 공연이 된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문화정책에 영향받은 건 없나.


“정권이 어떻든 예술정책은 큰 변화가 없다. 김대중 때건 노무현 때건 연극에 대한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 시대가 평화로워도 그럴수록 이면에 숨겨진 평화롭지 않은 면이 있고, 좋은 정권 뒤에도 철거·진압이 다 있었다. 어떤 시대든 세상에 숨겨진 것들을 잘 얘기하는 게 예술가의 마인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결과적으로 연극의 영역을 확장하고 거꾸로 문화융성을 이루게 만든 것 같다.


“연극계가 정신 차린 건 있다. 스스로 힘을 키워 가는 건 좋은 방향이다. 연극계가 늘 정의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지원금 의존이나 개런티 미지급 문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이 기회에 안에서도 치열하게 그런 문제들에 대해 싸웠으면 좋겠다.”


유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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