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보수당 13년 만에 재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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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이 13년 만에 보수당 정부를 선택했다.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캐나다 연방 총선에서 스티븐 하퍼(46)가 이끄는 보수당이 세금 감면을 내세워 중도.반미 성향의 집권 자유당을 물리치고 승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최종 집계 결과 하원의석 308석 가운데 보수당이 124석을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자유당에 103석, 퀘벡당에 51석, 신민당에 29석, 무소속에 1석이 돌아갔다. 보수당은 자유당의 아성인 온타리오주와 퀘벡당의 텃밭인 퀘벡주에서 선전했다.

하퍼 당수는 "캐나다는 변화를 택했고 국민은 우리에게 변화를 이끌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폴 마틴(67) 총리는 개표 결과가 알려지자 패배를 인정하고 "자유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수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 적어도 하나 이상의 정당과 연정을 해야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정치 분석가들은 자유당이 이번 총선에 실패한 데는 지난해 불거진 부패 스캔들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본다. 마틴 총리는 하퍼가 '극우주의자'임을 강조, 보수당이 집권하면 낙태나 동성결혼 등 '개인의 자유'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표를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 보수당은 '온건한 보수 전략'으로 민심에 접근했다. 하퍼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이 '중도주의자'라고 강조해 왔다. 선거 기간에는 낙태나 동성결혼 허용보다 세금 감면.부패 척결 등을 이슈로 내세웠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말 의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돼 의회가 해산되는 바람에 실시됐다. 당시 보수당과 퀘벡당.신민당 등 야당 연합은 자유당 부패 스캔들의 책임을 물어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AP통신은 "캐나다가 세금.보건.낙태.동성결혼 등 많은 분야에서 더욱 보수화할 것"이며, 외교적으로는 친미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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