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학 "K-리그행 꿈만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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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한 안영학.

"할아버지 나라에서 축구 선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한국말을 똑똑히 배우고 좋아하는 음식(김치.삼계탕)도 마음껏 먹을 수 있지 않나."

2004년 12월, 본지는 일본 니가타에서 J리그 니가타 알비렉스 소속이던 안영학 선수와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K-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말을 세 차례나 했다. 1년이 조금 지나 꿈이 이뤄졌다.

북한 축구대표인 안영학(27)이 23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입단식을 했다. 등번호 17번 유니폼을 입은 그는 "한국에서 축구를 하고 싶었던 꿈이 실현돼 기쁨이 넘친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 뛰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며 "특히 한국이 이탈리아를 이겼을 때는 기뻐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이준하 사장은 "북한 대표라는 희소성만으로 안 선수를 영입한 것은 아니다. 흥행뿐 아니라 전력 증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팀에서 소집 요청이 오면 언제든 보내주겠다고 했다.

1m82cm, 78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안영학은 니가타와 나고야 그램퍼스를 거치며 J리그 115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했고, 북한 대표팀에서는 A매치 여섯 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안영학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장 자신 있지만 공격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김재영이 팀을 떠났기 때문에 안영학은 이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비자가 나오는 대로 팀의 키프로스 전지훈련에 합류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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