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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영어강사 채용기준 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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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 이유는 뭘까. 바로 학부모들이 국내 영어 교육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영어교육을 1, 2학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환영할 만한 조치다. 사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별로 실효가 없었다. 현재 초등학생들의 영어교육 시간은 3,4학년은 주당 1시간이고 5,6학년은 주당 2시간이다. 4년간의 총 영어교육 시간이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것이다.

언어 습득 시기에 대해서는 언어학자들마다 의견이 각기 다르겠으나 대체로 언어 습득 능력이 1.5세에서 6세까지 가장 왕성하고 12,13세쯤에는 이 능력이 점차 사라진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2~3세부터 영어를 가르치기보다는 우리말의 기초가 어느 정도 잡혀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서 중 2학년 정도까지 영어의 기본교육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영어 교육은 대부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그것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공교육의 질은 차치하고라도 영어 교육 시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 당국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2009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사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만큼의 수요를 감당할 만큼 자격을 갖춘 원어민 강사가 충분한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사설 학원이나 각급 학교에 배치돼 있는 원어민 강사의 경우에도 자질 시비가 끊임없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등 공교육기관에 투입되는 영어 원어민 강사를 채용할 때는 그들의 자격을 철저히 검증하고 평가하는 외국인 강사 교육 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영어 원어민 강사를 선발할 땐 일정기간 연수를 받게 하거나, TESOL 등 영어 교사 자격증이 없는 경우는 아예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영어 원어민 강사들에게는 어린이들의 정서를 고려해 한국 문화와 기본 인성교육 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한 가지, 각급 학교나 영어마을에서 원어민 강사를 쓸 때 해외 동포나 입양아 출신도 적극 채용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사실 이들은 외모만 한국인일 뿐 영어가 모국어다. 이들의 채용 비율을 높여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칠 뿐 아니라 한국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공교육 분야의 영어 교육 환경을 차근차근 개선해나간다면 굳이 우리 어린이들을 외국까지 내보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영어를 가르칠 필요가 줄어들 것이다.

민병철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