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페만긴장 원치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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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페르시아만의 긴장상태가 모두 이란에 의해 조성되는것처럼 보이고 이란 스스로도 표면적으로는 강경책을 내세워 세계여론의 눈에「악역」으로 비치고 있지만 내심 이지역의 안정을 이란만큼 바라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석유수출로 재정과 전쟁비용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이란에게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위협만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미국의 페르시아만보호가 이란에게 이익을 줄수도 있다는 역설까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이 군사개입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아울러 UN을 통해 휴전촉구결의안을 채택하는등 외교적으로도 압력을 가하자 이란은 당초 호르루즈해협 봉쇄위협과는 달리 결의안에 애매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시간벌기 작전을 하고 있다는 페르시아만지역 외교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이 쿠웨이트 유조선 호송을 시작하면서 이란 유조선 공격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현재는 사실상 미국의 요청으로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있다.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줄면서 이란의 원유수출은 지난달 하루 1백50만배럴이던 것이 현재 1백90만배럴로 껑충 뛰었다는 점에서 이란은 전비조달에 재미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라크가 이란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당분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중단된 상태지만 이라크의 지상군이 열세란 점에서 이란이 종전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한 유조선전쟁이 재개될 염려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란이 보유한 기뢰는 1차대전당시 모델로 지극히 낡은 것이지만 미국이 군사개입을 실행하면서도 이 지역군사작전에서 필수적인 소해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되어왔다.
미국은 월남전이후 최대인 24척의 군함을 이 지역 안팎에 파견해 놓고 있지만 소해는 소해헬기 8대와 현재 이지역으로 오고있는 3척의 소해정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란의 기뢰부설 능력에 대응하기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이다.
이란은 현재 1천개 정도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50개정도가 부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기뢰부설능력에 비추어 미국이 바라는 페르시아만 안전항해 확보를 위해서는 50여척의 소해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전위험이 오만만으로 확대되면서 영국·프랑스가 종전의 태도를 변경해 양국이 7척의 소해정을 출발시켜 놓고 있지만 자국이익보호에만 활동을 국한하고 있어 미국의 총체적 작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란의 의도다. 이란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로 하는 위협과는 달리 페르시아만의 석유수송로 확보를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편 이 지역에 기뢰를 적당수 설치함으로써 강대국의 군사개입에 맞서는 양면작전을 택하고 있다. 그런 의도가 계속되는한 페르시아만에 대한 위협은 그리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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