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거국연정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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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라크 총선 최종 결과가 20일 발표되면서 연정 구성을 위한 각 종파.종족 간 협상이 곧 시작될 전망이다.

선거 결과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몰락 이후 세력이 약화됐던 수니파가 크게 약진하면서 이라크는 새로운 정국을 맞게 됐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줄곧 주도권을 잡아 온 다수 시아파와 북부 쿠르드계는 물론 소수 수니파가 함께 참여하는 거국연정 수립이 불가피하게 됐다.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한 시아파는 21일 연정협상 기구를 발족했다.

수니파는 총선 개표 결과 시아파.쿠르드계(181석)가 대통령 선출에 필요한 전체 의석 3분의 2선(183석)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월 제헌의회 선거 보이콧으로 소외됐던 수니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게 된 것이다. 수니파와 협력 없이는 새 정부 구성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니파는 12월 총선에서 대대적인 부정이 저질러졌다며 그동안 재선거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연정 협상에는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니파 정치지도자인 아드난 알둘라이미 이라크 국민회의 당수는 21일 "우리의 원칙과 거국 내각 구성에 동의하는 세력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니파의 협상 참여에 대해 미국과 유엔 등은 환영하고 있다. 미군 등 이라크 내 연합군의 조기 철군과 저항세력의 고립과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니파의 거국 내각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그러나 "연정 협상 합의에 최소 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전했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해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니파는 우선 헌법 재개정 등 정책과 관련한 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 새 헌법은 지난해 10월 국민투표로 통과됐지만 수니파는 헌법 내용이 편파적이라며 재개정할 것을 주장해 왔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이라크에서는 저항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21일 바그다드 북부에서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수행원 다섯 명이 부상했다. 탈라바니 대통령은 현장에 없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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