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뜨거운 베·토·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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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해피 버스데이 투 유'가 울려퍼졌다. 서울시향이 지휘자 정명훈(사진)씨의 생일을 이틀 앞두고 깜짝 축하곡을 연주했다. 인터넷 카페의 팬클럽 회원들이 무대 앞으로 뛰어나와 장미꽃을 전달하자 갈채가 터졌다. 정명훈씨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시향은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 시리즈 둘째날 제4번과 제5번에 이어 커튼콜로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까지 연주했다. 전곡 연주의 즐거움은 평소 무대에선 자주 접할 수 없는 비인기곡까지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전반부에 연주된 교향곡 제4번이 그랬다. '운명 교향곡'에선 음표가 모여 근육이 되고 뜨거운 피가 그 사이를 쉴 새 없이 흘렀다. 자로 잰듯 단원의 호흡까지 계산에 넣은 지휘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빠른 템포 설정으로 큰 흐름을 한 눈에 보여줬으나 치밀한 세부 묘사는 아쉬웠다. 관악 파트에서 푸근한 앙상블에 자신감 넘치는 파이팅까지 기대한다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지휘자에 따라 연주 수준이 들쑥날쑥하지 않으려면 옆사람 소리를 듣는 훈련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앙코르곡은 지휘자의 말마따나 차라리 연주하지 않는 편이 좋을 법했다. 관객들은 베토벤으로 이미 충분히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로시니의 빠른 템포를 쫓아가지 못하고 앙상블만 삐걱대는 결과를 초래했다. 새해 들어 15일간 7회나 연주하는 강행군을 계속한데다 레퍼토리도 한곡만 연주해도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는 베토벤이었으니 지칠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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