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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게된 금지가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년층 이상의 국민치고 이미자씨의『동백아가씨』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완창은 어려울지 몰라도 한두 소절쯤은 흥얼거릴수 있다.
『동백아가씨』(한산도작사·백영호작곡)는 그만큼 우리 가요사상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가요다.
그러나 64년에 발표돼 1년만에 방송이 금지됐고 다시 3년후엔 음반의 제작·판매도 금지되더니 공개석상에서 부르는 것조차 금지됐다. 「왜색조」라는 이유에서다. 일본가요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니까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동백아가씨』는 당시 한일국교정상화에 따라 주체성을 강조하던 정책당국에 의해 금지된「시대적 희생물」이었다.
『동백아가씨』뿐 아니다. 금지곡의 대부분은 지난 75년 비상상황인 긴급조치9호에 의거한 정부의「공연활동의 정화대책」에 따라 규제되고 폐기조치된 것들이다.
이 긴급조치는 4∼5년후 해제됐지만 그 조치의 산물인 금지곡은 풀리지 않았다. 시대상황은 바뀌었지만 누구도 가수·작곡가들의 호소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가수 이미자씨는 20년을「참고 기다렸다』2년전부터『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는 풀어달라』고 관계당국에「애원」했으나 반응이 없었다.
최근에야 비로소「문화예술의 자율화」에 눈뜬 정부·여당에 의해 가수들의「숙연」은 풀리게됐다. 월북작가의 작품과 명백한 표절이나 퇴폐작품을 빼놓고는 모두 풀린 셈이다. 「시의에 맞지않는다」는 기발한 이유를 붙여 묶였던 「체제비판가요」『아침이슬』『고래사냥』『왜 불러』등도 허용됐고, 『거짓말이야』『그건 너』등 아리송한 이유로 규제됐던 가요들도 풀려났다.
다만 이번 해금과정에서 공륜이 『해금가요의 방송도 자동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힌 반면 방송윤리위는『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견해를 보여 혼선을 빚고 있다.
대중가요는 대중의 정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따라서 그 시대상은 그 시대의 가요가 대변한다.
강물과도 같은 국민의 정서 표현이 일시에 둑을 쌓는다고 막아지고 돌려지겠는가. <이창우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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