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과주말을] 전쟁에서 정보는 절대적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정보와 전쟁
존 키건 지음, 황보영조 옮김, 까치, 455쪽, 1만7000원

스파이와 첩보전. 이 단어들엔 기묘한 매력이 있다. 적의 기밀을 빼내고, 암호를 해독해 상황을 반전시키고…. 소설과 영화에서는 첩보 활동에 따라 평화가 이룩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보는 전쟁의 결과를 뒤바꿀 만큼 위력적인가.

저자는 이런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의 군사문제 담당자이자 영국 최고의 군사사가의 한 명인 키건의 결론은 이렇다. "아는 것이 힘이지만, 그것이 객관적인 힘과 결합되지 않는 한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키건은 자신의 논증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많은 전투의 예를 든다. 세계 2차 대전 때의 미드웨이 해전, 미국 남북전쟁 때의 셰난도아 계곡 전투, 포클랜드 전쟁 등이 소개된다. 1941년 영국군은 독일 공수부대가 지중해 크레타섬에 대해 기습 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막상 전투에서는 패배했다. 그 사례는 사전 정보가 가지는 한계를 보여준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키건은 최근 대 테러 전쟁에서 첩보활동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정보기관들이 정체불명의 단체들을 파악하는데만 수십년이 걸릴 거라는 얘기다. 물론 저자가 정보와 첩보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건 속임수나 선견지명이 아니라 무력 자체"라며 정보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린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