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화재 점검했는데…여수 수산시장 큰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15일 불이 난 전남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 내 점포에 까맣게 그을린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생선을 진열할 때 쓰는 광주리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뉴시스]

15일 불이 난 전남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 내 점포에 까맣게 그을린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생선을 진열할 때 쓰는 광주리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뉴시스]

설을 앞두고 전남 여수 수산시장에서 불이 나 125개 점포 가운데 117개가 피해를 봤다. 누전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과 한 달여 전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당국의 안전점검이 있었지만 당시 전기 관련 문제점은 파악하지 못해 부실 점검이란 지적이 나온다.

누전 추정…125개 점포 중 117곳 피해
시청·소방서, 서문시장 화재 후 점검
전기계통 안전 문제 지적은 없어
상인들 “설 대목 장사 못해 피해 더 커”

15일 오전 2시21분쯤 여수시 교동 연안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다닥다닥 밀집해 있는 전체 125개 점포(한 곳당 약 6.6㎡ 규모) 가운데 1층 116개, 2층 1개 등 모두 117개 점포가 소실되거나 그을려 5억20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피해가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 당국은 오전 2시29분쯤 시장 경비원 김모(69)씨의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한 시간 동안 초기 진화 후 오전 4시23분쯤 완전히 불을 껐다. 1968년 4월 문을 연 대지면적 1537㎡ 규모의 여수 수산시장은 지상 3층 철골조 슬래브 구조물로 지어졌다. 상가는 주로 1층에 밀집해 있다. 상가번영회 측은 20억원대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설 대목을 앞둔 데다 일주일 중 가장 손님이 붐비는 일요일 장사를 위해 점포마다 제수용 생선과 건어물을 가득 보관해 둔 상태여서 피해 규모는 소방 당국이 파악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화재 소식을 듣고 새벽에 뛰어나온 상인 문길사(73)씨는 “설이 불과 10여 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1년 중 가장 큰 대목에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됐다”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은 시장 내부 폐쇄회로TV(CCTV) 녹화자료에 대한 분석에 나서 1층 중간쯤 한 점포에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확인했다. 당시 주변에 사람이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 방화가 아닌 누전에 따른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화재 당시 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여수시와 여수소방서는 앞서 지난해 12월 2일부터 5일까지 수산시장을 비롯한 지역 전통시장들에 대한 화재 예방 안전점검을 합동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가 계기였다. 25명 규모의 점검반에는 전기안전점검 대행업체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그러나 당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수산시장 안전점검 후 지적사항은 ‘옥상 생선 건조 시 화재 발생 유의’ 단 하나였다. 이번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누전 등 전기와 관련한 지적사항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8일엔 여수소방서에서 여수시·전통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재 예방대책 간담회가 열렸지만 주요 내용에 전기 관련 당부는 빠졌다.

수산시장은 수족관 가동 등으로 전기와 관련된 화재 가능성이 일반 전통시장에 비해 높다. 하지만 이번 안전점검에서는 관련 지적사항이 전혀 나오지 않아 각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진 형식적이고 부실한 점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전점검을 담당한 여수시 관계자는 “전기점검업체가 점검을 맡았는데 당시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수=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