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質높은 우수 인재 키우면 이공계 기피 문제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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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일자 변상근 고문의 '빗나간 이공계 사랑'은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글이다. 이공계 문제의 핵심은 양적인 숫자 감소가 아니라 질높은 우수 인력 양성 문제다.

기술혁신의 가속화로 이공계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과거 수십명이 필요한 생산현장을 자동화와 정보화 덕분에 불과 서너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공계가 정열을 쏟아야 할 곳은 관청이 아니라 생산현장이나 연구소.대학의 실험실 등이다. 중국은 군사기술을 중시해 기술자가 필요했고, 공산국가에서의 생존을 위한 특수한 경우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을 본받으라고 대통령에게 극히 편협한 보고를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일부 과학자가 연구보다는 소장이나 고위직 자리에만 연연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구업적은 없고, 학문적으로도 저평가되는 일부 과학자를 자칭하는 자의 오도된 과학정책과 정치인 뺨치는 처세술은 후배 과학자들을 오염시키고 있다.

과학행정을 담당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연구소 출신이나 교수 출신 장관들은 퇴임 후를 고려해 자기 연구소, 자기 전공분야, 자기 학교 챙기기에 급급하고 국가 전체적인 틀에서 과학기술 행정을 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비전과 철학도 없이 이공계 출신이니까 무조건 입신출세해야겠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하다.

유희열.한양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