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메신저 등 개인통신 발달 업무량만 늘고 생산성 되레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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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휴대전화.메신저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대면 접촉의 감소와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이 직장 내 무례한 행동을 촉발시켜 결국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양한 개인 통신수단의 출현으로 일이 수월해지기보다는 잡다한 업무량을 늘었고, 서로 자주 접하지 않게됨으로써 직장 내 이기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거나 직장 상사가 일에 지쳐 부하직원에게 일상적으로 심한 욕설을 퍼붓는 등의 무례한 행동이 생산성 저하는 물론 직원들의 재능 발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조직 심리학자인 다나 로는 "직장인들이 짧은 시간에 간결하게 대답해야 할 필요성이 늘고, 업무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직장 내 무례함의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남가주대(USC) 크리스틴 퍼러스 교수가 3000여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직장 내에서 무례한 행동을 경험했다. 이들 가운데 50%는 이 여파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무례한 행동에 대한 분노로 전직을 고려했다. 실제로 무례한 행동 때문에 직장을 옮긴 응답자도 8명에 한명꼴이었다. 또 응답자의 54%는 직장 내에서 무례한 일을 당하고도 후환이 두려워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WSJ는 경영진이 사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행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아 경영진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의 생산성 저하를 방조하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인사관리 전문가들은 생산성 저하를 불러올 수 있는 이같은 행위를 개선할 직장문화를 만들어 가야하며, 이를 위해 직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쁜 매너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던 영국 작가 린 트러스는 "일상 생활에서의 무례함이 증대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직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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