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의 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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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훔칠 도」 자는 접시 (皿=명)위의 음식물을 보고 군침 (沇=연) 을 흘린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주위에선 접시 위의 요리가 아니라 자루 속의 돈을 보고 군침을 흘리던 장년의 형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상호신용 금고 대주주인 것을 미끼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의 돈을 맡아 횡령했다. 21억, 14억, 10억, 3억원등 단위도 어마어마하다.
이 사건은 사기(詐欺) 의 규모가 크다는 것만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이 아니다. 이들의 사기행각은 바로 우리 사회의 사회학적 병폐를 너무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우선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만면을 보자. 한 두 사람은 재산가라고는 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사업은 밀어두고 그 많은 떼돈을 침침한 고리업자에게 넘겨주었다.
무슨 사업이든 일을 제대로 벌이려면 땀흘려 애쓰며 키워가야 한다. 그런 이치는 뒷전이고「빼돌리기 사업」 을 하면 그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이들은 『내돈 내 마음대로』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업을 망침으로써 사회에 큰 부담을 준 셈이다.
박정배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낸 사람의 돈도 있었다. 14억원이면 만만찮은 액수다. 권총 하나차고 쿠데타에 참여한 위관출신이 어디서 그 돈을 모았을까. 크게 궁금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바로 권력부패의 한 단면이 아니고 무엇인가.
문제의 형제는 이들의 돈을 맡아놓고 『무슨 돈인지 안다』 는 말한마디로 횡령의 구실을 삼았다.
무슨 돈인지 떳떳이 장부를 내보일수 없는사정, 그것을 보고군침을 삼키는 사람. 기묘한 양극의 공존이다.
흔히 「검은돈」은 두가지 꼬리를 갖고 있다. 하나는 인플레가 야생마처럼 날뛰어 경제가 혼란한 틈에서 투기로 횡재를 한경우고, 또 다른 하나는 부정·부패 그대로다.
그 어느 쪽도 당당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엄벙뗑 몰아쳐서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하기엔 자초지종이 너무 기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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