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캐러갔는데…" 아내 살해 후 방화 위장한 50대 범행 부인

중앙일보

입력

전북 군산경찰서는 13일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최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4일 오전 5시55분부터 6시50분 사이에 군산시 개정면의 한 T자형 교차로 인근에서 아내 고모(53)씨를 살해한 뒤 시신이 실린 승용차를 농수로 쪽으로 밀어 불태운 혐의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는 차량이 농수로에 빠지면서 고씨가 정신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차량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 결과가 나오면서 '타살'로 수사 방향을 바꿨다. "피해자의 차량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과수 관계자의 진술도 참고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지난 12일 오후 6시2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성인 PC방에서 도박게임을 하던 최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최씨는 "아내와 함께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한 뒤 아내 혼자 '냉이를 캐러 간다'며 나갔다.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사건 당일 최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미리 사건 현장에 가져다 두는 모습이 찍힌 인근 정미소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토대로 최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최씨는 아내 고씨의 승용차가 불타기 4시간20분 전인 오전 2시33분쯤 자신의 승용차를 사고 지점에서 600m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그 뒤 그는 인근 도로까지 걸어가 택시를 두 번 갈아타고 15분 정도 떨어진 집으로 돌아갔다. 최씨 부부는 아내 고씨의 승용차를 타고 이날 오전 5시33분쯤 인근 교회에서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했다. 고씨는 오전 6시50분쯤 불 타고 있는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범행 후 사건 현장 인근에 세워둔 본인 승용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갔다.

조사 결과 대장암을 앓고 있는 최씨는 1년 6개월 전부터 경기도 남양주의 한 요양원에서 생활해 왔다. 숨진 아내 앞으로는 보험 6개가 들어있고 보험금은 2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자녀를 둔 최씨 부부는 직업이 없어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여상봉 군산경찰서 수사1과장은 "최씨의 승용차와 의류·신발 등을 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최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와 살해 동기 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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