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삼순이들'… "이름 바꿔야 성공" 3년 새 100만명 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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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바꾸는 중국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1월 17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개명한 중국인 수는 100만 명을 넘는다. 베이징(北京)의 라마교 사찰 융허궁(雍和宮) 앞엔 수십 개의 작명소가 성업 중이다. '좋은 이름'으로 바꿔주겠다며 최고 2400 위안(약 31만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개명.작명 전문 인터넷 사이트도 수천 개나 된다. 개명 열풍은 특히 개인사업을 하는 중산층 사이에서 불고 있다.

베이징에서 투자 컨설턴트 업체를 개업한 리쥔(李俊)은 지난해 3월 용하다는 '풍수(風水) 대가'를 찾았다. 대뜸 "이름부터 바꿔라"라는 말을 들었다. '잘생겼다'는 뜻의 이름(俊)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붙였다. 그는 '밝은 미래를 건설한다'는 '젠밍(建明)'으로 이름을 바꿨다.

최고 명문대인 칭화(淸華)대학을 졸업하고 투자회사를 경영하는 천밍젠(陳明建)도 비슷하다. 원래 이름은 '젠(建)'이었다. 작명가는 "그 이름으론 다른 사람만 돈을 벌게 해줄 것"이라며 개명을 권유했다. 이름을 바꾼 뒤 재물운이 따랐다고 천밍젠은 믿고 있다. 그는 "칭화대학 동창생 32명 중 8명이 대학 시절 썼던 이름을 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심기일전한다는 차원에서 개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산정권 수립 뒤 중국인은 해마다 발생하는 정치적 사건을 이름에 끌어쓰는 사례가 많았다.

예컨대 문화혁명이 발생한 1966년엔 '원거(文革)'라는 이름이 유행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양쯔(揚子)강에서 수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창장(長江)'이라는 이름이 많이 붙었다. 여자 아이에겐 공산당의 상징적 색깔인 '훙(紅)'을 넣은 이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이름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편 개명 신청을 받는 경찰 당국은 "부모가 이혼했거나 문제가 있는 글자를 쓴 아이에게만 개명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염두에 두는 중국인은 별로 없는 듯하다. "담배 두 갑이면 OK"라는 얘기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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