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기문, '노무현 청와대' 시절부터 팽팽한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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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민정수석(왼쪽)과 반기문 외교보좌관(오른쪽)

지난 2004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민정수석(왼쪽)과 반기문 외교보좌관(오른쪽)

“나는 끝까지 반대했다(문재인)” VS “우방에게 성의를 보여야 한다(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해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는 가운데,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반 총장간의 과거 '팽팽한 의견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을 놓고 청와대 보좌진들간의 의견이 엇갈렸던 시점이다.

지난 2003년 4월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의 공병 지원과 의료 지원을 위해 300여명의 서희부대와 제마부대를 파견한다. 이후 2004년 8월에는 자이툰 부대를 추가 파병했다. 2004년 3월 이라크 파병을 논의할 당시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반전·파병 반대 여론을 감안해 건설공병대만 파병하겠다던 정부의 방침을 돌려놓은 인물로 꼽힌다. 당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그는 “우방은 말로만 우방인 게 아니다. 의료부대도 파견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강력 주장해 관철했다고 알려진다. 당시 반 전 총장은 교수 출신인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과 조윤제 경제보좌관과 함께 청와대 '전문가 그룹' 보좌진으로 꼽혔다.

반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고 있던 문재인 전 대표는 파병에 반대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중앙일보가 진행한 도올과의 대담에서도 “이라크 파병은 나도 끝까지 반대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개인적으로는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당시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 시민단체인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등과 함께 전문가그룹과는 다른 '재야·시민단체 출신 보좌진’으로 분류됐다. 청와대 보좌진들이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보고서로 정리한 뒤 토론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면 최종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하는 의사 결정 구조를 가졌던 '참여정부'의 특유의 논의 절차를 감안할 때 전문가 그룹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재야출신 문재인 전 대표간의 이견차가 극명했던 사안인 셈이다.

지난 2004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민정수석(왼쪽)과 반기문 외교보좌관(오른쪽)

정치권 안팎에선 “한 때 '노무현 정부' 아래 같은 배 안에서 이런저런 토론과 논의를 벌였던 반 전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가 이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친노(노무현)·친문(문재인) 진영에서는 반 전 총장을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신자”라고 비판하는 한편, 반 전 총장측은 “배신이라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서로 감정 싸움에 치닫는 양상이다. 한 친노 인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당시 이해찬 총리가 세계 각국을 다니며 반 총장을 위해 애썼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도 반 전 총장을 끝까지 지켜준 사람”이라며 “그랬던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에는 공식 조문은 커녕 서거 몇년 뒤에 비공개로만 찾아오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근인 오전 전 주UN대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해에 바로 참배를 다녀왔다”며 “(당시 비공개로 한 이유는) 비공식 일정이었기 때문으로 안다. 뉴스 거리가 별로 되지 않았다”고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명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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