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뮤지컬 제작 '적과의 동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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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작 뮤지컬이 주춤하는 사이 외국산 뮤지컬 제작에는 '코페티션(copetition)'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경쟁자였던 기획사와 기획사, 기획사와 극장 간에 긴밀한 제휴가 이뤄지고 있는 것.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을 합친 '코페티션'은 동종 업계 간에 같은 목적을 두고 임시로 협력하는 행태를 빗댄 신조어다.

'맘마미아(2003년 1월)'는 신시와 에이콤.예술의전당이 제작에 참여했다. '시카고'(신시.제투),'캐츠'(제미로.예술의전당),'싱잉 인 더 레인'(SJ엔터테인먼트.오디뮤지컬컴퍼니.사진)'그리스'(오디뮤지컬컴퍼니.제투) 등 대부분의 해외 뮤지컬엔 여러 단체가 '적과의 동침'을 통해 공동 이득을 꾀하고 있다.

이들이 경쟁 관계임에도 동반자의 길을 걷는 이유는 합작을 할 때 생기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해외 작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과다 경쟁을 자제해 로열티 인플레를 줄일 수 있는 데다 한정된 스태프와 배우 그룹을 공유할 수 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공동부담해 위험요소를 분산시키는 것도 이들을 뭉치게 하는 요인이다.

제미로의 송한샘 대리는 "뮤지컬 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업계는 아직 빈약한 게 현실이다. 여럿이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의 성공은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은 '맘마미아'에 지분참여하고 3개월간 장기 대관을 했다. 공공예술기관이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 장기 대관한 일은 거의 없다. 해외 뮤지컬은 그만큼 흥행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 추세로 볼 때 당분간 이들의 오월동주(吳越同舟)는 계속될 듯하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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