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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전문대 살릴 뜻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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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나라 대학 입학정원의 42%, 대학 수의 43%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의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추진될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발전적이고 혁신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전문대학이 교육정책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기초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지난 30~40년간 운용됐던 실업계 고교는 입학자원이 급속히 감소함에 따라 인문계 고교로 개편되고 있다. 또한 실업계 고교 진학자의 70% 이상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

한편 1982년도 개방형 대학으로 출발한 산업대학이 전문대학 졸업생의 계속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 즉 전문대학 졸업생을 위한 3~4학년에 해당하는 고급 직업교육과정 개설 등을 수행해야 하지만 산업대학들은 설립 당시의 교육 목적을 접어둔 채 일반대학과 동질화되고 있다.

이는 실업계 고교→전문대학→산업대학으로 이어지는 직업교육체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산업인력을 양성하고자 했던 정부의 직업교육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전문대학 중 국립은 모두 4년제 대학으로 개편하고, 노동부 소관의 정규 교육기관이 아닌 기능대학이 전문대학의 영역과 기능을 흡수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전국 전문대학 중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 전문대학에, 특히 지방의 사립 전문대학 운영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사립 전문대학을 과연 이대로 방치할 수 있는가?

전문대학 재학생의 경우 사회 소외계층 및 상대적 빈곤층의 자녀가 60% 이상이다. 따라서 사립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 정책은 결국 정부의 사회 양극화 해소와 교육복지 구현이라는 커다란 국가정책의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산업현장에 필요한 내용들을 교육하기 때문에 높은 취업률을 유지해 왔다. 이 점이 바로 전문대학이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을 교육하는 4년제 대학과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학제 및 교육과정을 편성, 학사 운영을 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전문대학의 차별화된 교육을 위해 정부는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사립 전문대학들에 수업 연한의 자율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대신 충실한 고등직업교육을 위해 그들 전문대학이 현재의 입학정원을 40% 이상 과감히 감축하고, 65% 이상의 교수 충원율 확보라는 조건을 이행토록 하자.

특히 사립 전문대학의 입학정원이 40% 이상 감소할 경우 현재 정원 부족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는 지방의 전문대학 및 4년제 대학도 입시 부담을 최소화하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에 각 교육기관은 학제에 대한 부담 없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수한 산업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한숭동 대덕대학 학장·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