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칼럼

IMF가 가야 할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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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런 변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략 방향에 관한 매우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현재 진행 중인 IMF의 전략 점검은 출발선에서 다시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개혁 작업은 1990년대 말에 이미 시작됐고 중요한 개혁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주로 IMF의 감시 기능과 '예외적 접근 틀'을 강화하자는 방안들은 이제 확정하고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예컨대 표준과 규약의 도입, 이의 준수 여부 보고(ROSC), 금융 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 IMF의 투명성 제고 등은 양자 간, 역내, 그리고 다자 간 감시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안들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독일중앙은행은 IMF가 통화와 금융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핵심 임무에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하도록 주장해 왔다.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IMF는 감시와 경제 정책 권고라는 핵심 수단을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향상하는 역할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행사해야 한다.

IMF의 이런 두 가지 수단은 IMF의 내부 개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호 연계돼야 한다. 지속적으로 분석에 초점을 두고, 납득할 만한 권고와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감시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IMF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국내 외환정책에 대한 국제 심판의 역할을 시도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과 회원국의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회원국이 진짜로 지급 능력에 위기가 닥쳤을 때 IMF는 한시적 금융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회원국 스스로의 정책 적응력을 키워주고 시장에 약속 이행의 신호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

경제 개발 기관이 되는 것도 IMF의 임무와 맞지 않다. 개발 금융은 세계은행(IBRD)에 맡겨둬야 한다. 서로가 비교우위에 집중함으로써 IMF와 IBRD는 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8개국 모임(G8)에 의해 제안된 '다자 채무 구제(MDR) 방안'을 통해 IMF는 많은 저소득 국가를 위한 채무 구제 작업을 완성하는 전례없는 기회를 잡았다.

또한 이를 통해 IMF는 저소득 국가에서 산만한 활동을 피하고 핵심적인 전문 분야에 주력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끝으로 회원국의 입장을 적절하게 대변해주고 각 회원국이 발언권을 갖도록 해주는 일은 IMF의 역할수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IMF의 쿼터(회원국별 발언권 비율) 배분은 회원국의 경제 비중과 세계 경제에 편입된 정도를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 어떠한 쿼터 조정도 모든 회원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일관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IMF 기금에 대한 채권국의 기부 의향을 유지하기 위해 한편에선 쿼터와 투표권 사이에 강한 연계성을 유지해야겠지만, IMF 자원에 대한 빈국의 접근권과 이들의 기부 실적은 별개로 해야 한다.

전략 점검과 그에 따라올 개혁은 IMF와 회원국에 혜택이 가도록 훨씬 더 포괄적이고 납득할 만하게 이뤄져야 한다.

위르겐 슈탁 독일 중앙은행 부총재

정리=장세정 기자

*** 바로잡습니다

1월 17일자 30면 'IMF가 가야 할 길'이란 해외칼럼에서 'IBRD'의 일부 표기가 'IRBD'로 잘못됐습니다. IBRD는 IDA와 함께 '세계은행 그룹(THE WORLD BANK GROUP)'을 구성하는 양대 개발기구입니다. IBRD는 세계은행의 184개 회원국 중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개도국을 주로 돕고, IDA는 최빈국을 집중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