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1등급? 흑인 4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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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랑스의 한 인력 서비스 업체 아데코가 인종별로 등급을 나눠 구직자들을 차별했던 실태가 드러났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프랑스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이 지난해 말 이민자 2세들의 소요사태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한 인권단체는 "아데코가 구직 신청서를 받으면서 피부색에 따라 등급을 매겼다"고 주장했다. 백인 구직자의 이력서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파랑.하양.빨강의 프랑스어 앞글자를 따서 'BBR'이라고 적고 1등급을 줬다. 흑인 등 유색인종에게는 '농(프랑스어로 '아니다')'의 앞글자인 'N'자를 붙여 'NBBR', 즉 '백인 아님'이라고 적었다. 이들에겐 최하위인 4등급을 매겼다.

이런 사실은 2000년 아데코에서 일했던 인턴 사원에 의해 폭로됐다. 차별 사실을 알게 된 흑인 구직자 등 1500명은 "인종 차별적 정책 때문에 구직 기회를 차별받았다"며 아데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예비 재판정에서 아데코의 전직 직원들은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쪽에서 흑인을 싫어하기 때문에 고객의 입맛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특급 호텔.식당.백화점 등 기업뿐만 아니라 일부 정부기관까지 유색인종을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인들은 "파리 디즈니랜드는 흑인 고용 비율을 전체의 20% 이하로 유지하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으며 외교부는 리셉션 도우미를 구하면서 흑인을 빼달라고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데코 측 대변인은 "2000년 이후 강력한 인종차별 철폐 정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아데코는 75개국에서 6500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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