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중국 투자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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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999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위안(元)화의 추가 절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임금 인상과 세제감면 축소 등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가 커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연 10% 대의 고성장에 실탄 역할을 해왔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줄어들 경우 중국의 안정적인 고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의 양평섭 연구위원은 "한국의 중국 수출액의 75% 가량을 현지의 외자기업이 소비하는데 이들의 투자가 줄면 한국의 중국 수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6년만의 투자 감소=16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603억 달러로 추산됐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4년(606억 달러)에 비해 0.5% 줄어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 투자액은 2003년 미국을 꺾고 세계 최대가 된 이후 절대 금액 면에서는 여전히 세계 1위다. 외환위기 여파로 투자가 일시 감소했던 1999년을 빼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줄곧 증가해왔다. 세계의 자본을 빨아들인 중국은 이를 활용해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의 박한진 차장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도소매 업종의 투자 허가를 지방 정부에서 중앙의 상무부로 이관하면서 투자허가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하려던 자금이 대기 상태에 놓이면서 투자액이 급속히 줄었다"고 분석했다.

◆'차이나 리스크'증가=지난해 7월 위안화 절상 이후 추가 절상을 우려한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의 기업 환경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성장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률(12~16%)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늘리고 있다. 중국내에서 외국 투자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의 일부 언론들은 "외국 기업들이 기술 이전에는 소극적이면서 중국에서 폭리를 챙기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중국 정부도 자국 기업 우대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은 인도와 베트남으로 투자 방향을 돌리고 있다.

◆경영과 생활 인프라도 나빠=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투자환경은 생산비용과 시장규모에서 한국에 앞서지만 경영과 생활 인프라면에서는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코리아(Invest KOREA)가 한국과 중국의 투자환경을 비교해 발간한 '한국.중국 투자환경 비교 조사' 자료에 따르면 7개의 경영환경 항목에서 중국은 노무, 금융, 지적재산권, 기술 및 연구개발(R&D) 등 4개 항목에서 한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세정.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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