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수문 4곳 설계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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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홍수방지를 위해 실치된 서울시내 32개 유수지중한강목의 용산·마포·흑석·망원유수지등 4개소의 수문이 설계잘못으로 제방 안쪽에 설치돼 있어 망원유수지 수해(84년9월2일 한강대홍수) 때처럼 수문 파괴로 인한 대형 수해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홍수때 강·하천의 수위가 높아져 수문을 닫았을 경우 제방 바깥쪽의 수문은 수압이 높아질수록 제방쪽으로 더욱 강하게 밀착돼 물이 쉽게 스며들 수 없게 되지만 안쪽의 수문은 콘크리트구조물을 쉽게 밀어내면서 파손될 위험이 크다는게 수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방안쪽 수문은 또 연결배수로마지 강한 압력관 구실을 해 수문을 유수지 쪽으로 밀어내는 힘이 더 강해지면서 수문과 제방사이에 자칫 틈이 생기거나 제방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의 압력, 지진등의 진동으로 배수로에 금이 생기면서 이 틈새로 강한 압력을 받은 물이 새게 되면 역시 제방·수문·배수로사고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홍수때 수위가 1m씩 높아질 때마다 수문 면적 1평방m가 받는 압력은1t.
이들 유수지에는 가로·세로 각각 2m 또는 2.2m짜리크기의 수문이 2∼3개씩 설치돼있어 수위가 1m씩 높아질 때마다 8t에서 12t경도의 압력을 받는 셈.
망원유수지 수해때는 수위가 수문보다 5.3m높아 70t정도의 수압에 배수로의 압력이 가중됐던 것으로 계산됐었다.
수리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 때문에 수문을 제방 바깥에 설치해야 하는 것은 수리상의 기본적인 상식이며 따라서 제방안 수문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문파괴로 1만7천여 가구의 수재민을 냈던 망원유수지 역시 수문이 제방안에 설치돼 있었고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상태다.
이 사고는 수재민 한정자씨등 22명이 같은해 10월15일 서울시와 시공회사인 현대건설을 상대로 수문공사및 관리상의 잘못을 이유로 9천3백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2년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재판이 계류중이다.
◇서울시 해명=이들 유수지 제방이 강변도로로 이용되고 있어 수문을 여닫는데 도로를 건너 다녀야 하는등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고▲제방바깥 수문은 관리탑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등 안쪽것보다 설계·시공이 복잡하고 공사비가 많이 들며▲미관상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설계·시공변경사례=상습침수지역인 목동지역의 침수를 막기 위해 지난해 6월 준공한 신정제2유수지는 당초 수문을 유수지안쪽에 설치토륵 설계됐다가 기술설계자문위원회에서 지적돼 다시 유수지바깥 하천쪽으로 설치하는 공법으로 바꿨다.
◇전문가 의견 ▲안수한교수(서울대·토목공학)=수문에 대한 압력을 줄이기 위해 제방너머 한강쪽으로 수문을 옮겨 설치하고 관리인의 통행로를 강변도로 밑에 별도로 만들어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원환교수(연세대·토목공학)=일반적으로 하천의 수위가 홍수때에는 유수지 수위보다 높게 올라가지 않는다면 수문을 제방안에 설치해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방바깥에 설치하는게 원칙이다.
▲고재웅교수(건국대·토목공학)=망원동유수지 수문파손은 원래 한강쪽에 있었던 수문을 성산대교공사를 하면서 유수지 안목으로 옮겨 일어난사고로 알고 있다. 모든 구조물이 다 그렇지만 특히 수문과 같은 재해방지시설물은 공사비·시공편리등보다는 안전관계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 설계·시공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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