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홀 오른 첫 국악인…‘심청가 명창’ 성창순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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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인 성창순 명창이 5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83세. 광주 태생으로 15세에 소리에 입문한 고인은 1968년 전국명창경연대회 1등을 시작으로 남원 춘향제 명창대회 장원, 전주대사습 장원, KBS 국악대상 수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77년 심청가 완창 이후 춘향가·흥보가를 여러 번 완창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91년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후엔 뉴욕 카네기홀에서 심청가와 춘향가를 불러 카네기홀에 오른 최초의 국악인으로 기록됐다.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고인은 많은 나라를 다녔다. 94년엔 호주에서 대학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는 강좌를 열었다.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일본 등 17개국에서 모두 320여 차례 공연을 했다.

95년 자서전 『넌 소리 도둑년이여』를 냈다. 고수(鼓手)였던 부친 고(故) 성원목(1912~69) 선생이 소리 입문을 반대한 이야기, 처음 만난 스승에게 소질 없다는 얘기를 듣고도 기어코 소리를 시작한 것, 판소리 세계화에 대한 신념 등을 담았다. 윤중강 국악평론가는 “60대 후반에 낼 수 있는 소리의 음역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더 성숙한 목소리를 내셨다. 최고의 소리를 내기 위해 오랜 시간 무던히도 애를 썼던 예술가였다”고 전했다.

고인은 2010년부터는 전남 보성에 판소리 전수관을 지어 후학을 양성했고 지난해 9월 ‘대한민국 판소리 축제’를 비롯해 불과 한 달 전까지도 무대에 올랐다. 발인은 9일. 보성의 판소리 공원에서 영결식과 함께 추모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02-2227-7500.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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