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사퇴…이유가 기업공개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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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가짜 홍삼’ 사태의 책임을 지고 6일 회장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김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고 “천호식품의 창업자이자 회장으로서 많은 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오늘부로 천호식품의 등기이사 및 회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천호식품과 관련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서울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변철형)는 중국산 인삼 농축액에 물엿, 캐러멜 색소, 치커리 농축액 등을 섞어 만든 가짜 홍삼제품 433억 원어치를 판 혐의로 한국인삼제품협회장 김 모(73)씨 등 인삼업체 대표 7명을 구속기소했다. 이후 천호식품이 적발된 홍삼액을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유통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천호식품의 홍삼 제품은 ‘6년근 홍삼만을’ ‘6년근 홍삼진액’ ‘쥬아베홍삼’ ‘스코어업’ ‘마늘홍삼’ ‘닥터공부스터’ 등 6종이다.

회사 측은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이라는 제목으로 “지속적으로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해왔으나 원료 공급업체가 의도적으로 미세량의 혼합물을 섞는 경우는 성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문에도 소비자들은 “가짜를 팔아놓고 남 탓을 한다”며 불매운동과 검찰 압수수색 서명운동을 벌였다.

1차 사과문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김 회장은 “외부업체의 원료생산과정 또한 철저하게 검수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미흡한 원료 검수로 인해 물엿과 캐러멜 색소가 첨가된 홍삼농축액이 사용된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표기 기재해 제품을 판매하는 큰 잘못을 범했다”고 사과했다.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전량 폐기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조건 없이 환불 및 교환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앞으로 천호식품은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될 경영혁신위원회를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회장직 사임 결정이 기업공개(IPO)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천호식품은 2012년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 준비를 해왔다. 당시 2014년 상장 완료를 목표로 국내외 법인 확대해 왔다. 한때 코스닥 상장을 바라볼 정도로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국내외 실적 악화에 '가짜홍삼' 사태까지 겹치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2018년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우선주 상환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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