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장내 투쟁' 기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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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원내대표는 15일 "사학법 재개정안을 마련해 여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개정 사학법 철회 전에는 협상 불가'를 강조해 온 당의 기존 투쟁 기조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유시민.이종석 신임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을 말했다. 이 역시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던 기존 당의 입장과 다르다. 이로써 '반쪽 청문회'가 예상됐던 신임 장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도 변수가 생겼다.

이 정책위의장은 "당 일부에서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조차 등원이 아니냐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자료도 당연히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표는 완강=사학법 장외 투쟁을 주도해온 박근혜 대표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박 대표는 이 원내대표 당선 다음날인 13일 오후 11시 3분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나의 소신을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 글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고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소신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욕을 안 먹을 수 없으니 그 비난은 가슴에 다는 훈장 이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새 원내 사령탑 구성으로 촉발된 당내 기류 변화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투쟁의 무게중심이 장외투쟁을 이끌어온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원내대표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인 것이 사실"이라며 "20일 창원 집회 등 이미 잡힌 일정은 박 대표를 존중해 진행되겠지만 이후엔 이 원내대표의 견해가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 원내 지도부가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나선다고 해서 여야 관계가 풀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미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 등을 적시하며 정부.여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정부.여당이 사학법 재개정 협상을 거부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그리 된다면 노무현 정권이 대단히 곤란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투쟁은 초보적인 장외집회 수준이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엄포를 놨다.

◆ "등원 전 사학법 재개정 불가"=열린우리당은 여전히 '한나라당이 등원하기 전에 사학법을 재개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학법 재개정은 한나라당이 국회에 와서 정상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지병문 제6정조위원장은 학교법인에 개방형 이사를 재추천할 권한을 주자는 사학법시행령개정위원회 검토안에 대해 15일 "개방형 이사제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 위원장은 "시행령에서 개방형 이사의 자격 기준에 특정 종교.전교조 회원 등의 배제를 명시하는 것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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