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 규정 개정안 - “묵념대상 통제 강화다” vs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는 국민의례 규정 개정안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지자체장이 반발하고 있다. 묵념 대상을 통제하는 부당한 훈령이기에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례 규정을 고친 행정자치부는 “오해다. 묵념 대상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예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5ㆍ18 민주화 희생 영령 등도 얼마든지 묵념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행정자치부는 ‘국민의례 규정’을 지난해 말 개정해 올해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 조항이다 (제7조 2항). 이전에는 없던 조항이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박원순 시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대통령 훈령 거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4ㆍ3 희생자도 5ㆍ18 희생자도 세월호 희생자도 추념해야 될 분들”이라며 “국가가 국민의 슬픔까지 획일화하려 하는가”라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도록 한 조치를 거부한다”고 했다.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령, 제주 4.3 희생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백남기 농민 등 친일독재부패 세력으로 인해 희생된 넋을 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또 해야만 한다. 그런데 정부는 느닷없이 훈령을 바꿨다. 이는 국가주의적이며 비민주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실 관계자는 “오해다. 예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5ㆍ18 민주화 희생 영령, 4ㆍ19 혁명 희생자 영령 등도 얼마든지 묵념 대상자가 된다”고 말했다. 7조2항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란 표현은 ‘불가피하다’고 인정받으면 묵념 대상자에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피한’이란 단어가 없을 경우 추모 대상이 너무 많아질 수 있어 ‘불가피한’이란 단어를 넣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규정에는 묵념 대상 관련 조항이 없어 묵념 대상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갈등과 민원이 있었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이를 분명히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피한 경우’는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 및 개별 법률에 따른 기념일, 기타 이에 준하는 행사 등으로 5ㆍ18 민주화 기념 운동일, 4ㆍ19혁명 기념일, 4ㆍ3 희생자 추념일 등의 경우 행사 성격에 맞게 희생 영령을 추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