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우려…반기문 기념사업 이름빼고 축소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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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을 딴 대회명이 바뀌거나 고향에서의 기념사업이 축소되고 있다.

5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학업 우수학생을 선발해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 등을 방문하는 ‘반기문 글로벌 리더십 캠프’의 명칭을 올해는 ‘충북 글로벌 리더십 캠프’로 바꿨다. 이 행사의 전신은 2007년부터 시작한 ‘반기문 영어 경시대회’다. 도교육청은 당시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전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선임을 축하고 제2의 반기문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이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대회가 학생들의 경쟁심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015년 반기문 글로벌 리더십 캠프로 명칭을 변경했다.

충북교육청은 반 전 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그의 이름을 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판단, 지난해 9월 행사명에서 아예 ‘반기문’을 빼기로 결정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대선 6개월 전까지 문제가 없다고 회신받았다”며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사업 명칭에서 ‘반기문’을 ‘충북’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고향인 음성군에서는 ‘반기문 마라톤대회’ 명칭을 계속 쓸지 고민 중이다. 음성군체육회는 ‘반기문’이란 이름을 쓰기 어렵다고 보고 지역축제와 비슷한 대회명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음성군은 원남면 상당리(반 전 총장 생가)에 짓고 있는 유엔평화관 사업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존사업을 제외하고 신규사업 추진은 보류했다. 매년 중·고교 학생들이 뉴욕을 방문해 반 전 총장을 면담하던 ‘유엔 방문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중국으로 바꿨다.

충주시는 반 전 총장의 대선출마가 결정되면 반기문 꿈자람 해외연수, 반기문 비전스쿨, 반기문 해외봉사, 세계 속 반기문 알리기 국제협력사업 등 사업 명칭에서 이름을 빼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가 학창시절에 살았던 본가 ‘반선재’ 부근에 기념 전시관을 조성하는 사업도 미루기로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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