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 인권침해 가해자 '몽타주'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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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주민들을 구타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 가해자들의 몽타주를 제작키로 했다고 5일 통일부 당국자가 말했다. 몽타주는 여러 사람의 사진에서 얼굴의 각 부분을 따로 따서 합성해 얼굴의 형상을 만든 사진으로, 북한 사람의 사진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해자들과 인상착의 비슷한 눈, 코, 입 등을 합성해 향후 자료로 이용하겠다는 취지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이 같은 몽타주 제작을 비롯해 탈북자 전원(만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 실태 조사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9월 출범한 북한인권기록센터가 탈북자들이 직접 고초를 당하거나 목격한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9일 시작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 실태 조사에 나서는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실태조사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향후 인권범죄와 관련한 책임규명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몽타주 작성과 인권 침해 사례 수집 자체가 북한 정권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인권실태 조사는 전문가들이 12주 동안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 정착교육을 받는 기간중에 별도의 시간에 실시한다. 북한 인권의 전반적인 실태와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례가 조사 대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탈북민 인권의식 ▶ 시민·정치적 권리 ▶취약계층 인권실태 등의 분야로 나눠 140여개 문항을 준비했다. 공개처형, 연좌제, 정치범수용소, 강제송환 등도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를 정기·비정적으로 발간해 북한 인권실태를 대내외에 공개할 계획이다. 조사를 담당할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탈북민 116명을 대상으로 시범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67명의 탈북민이 ▶강제북송 과정에서 자행된 폭행 및 가혹행위 ▶구금시설 혹은 조사과정에서의 폭행 및 성폭행 ▶공개처형 ▶아사 ▶실종 ▶가족 구금 등 130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밝혔다고 한다.

A씨가 강제북송 과정에서 권총이나 손으로 폭행을 당했거나, B씨가 예심장(기초 수사를 바탕으로 기소에 앞서 실시하는 심문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다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해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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