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보기』 저자 존 버거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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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 등이 번역돼 있는 미술평론가이자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이기도 한 영국의 존 버거가 2일(현지시간) 파리 교외 자택에서 별세했다. 90세. 1년 전부터 노환으로 병석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존 버거는 1972년 저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와 이 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같은 이름의 BBC방송 연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가 이미지와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논점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미술비평에 정치적 시각을 도입했다는 평을 받았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 존 버거 지음.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 존 버거 지음.

유네스코, 적십자사 소속 사진작가로 20여 년간 명성을 떨친 터키 사진작가 장 모르와 공동작업을 해 사진과 글을 교차편집해 이민노동자 문제를 다룬 『제 7의 인간(Seventh Man』을 펴냈고, 72년 소설 『G』로 받은 부커상 상금의 절반은 반을 모두 흑인민권운동을 위해 '블랙 팬더스'에게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그는 화가로 출발해 시각예술의 사회적 비평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의 시각예술 비평과 고착된 교육방식, 대학의 커리큘럼 등에 끊임 없이 이견을 제시했다.

최후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 지난해 에세이집 『잡담(Confabulations)』을 출간했다. 영국 영화배우 틸다 스윈턴이 그의 오랜 친구다. 스윈턴은 존 버거에 대한 다큐멘터리 '퀸시의 사계절: 존 버거의 4개의 초상'을 지난해 제작해 발표하기도 했다. 스윈턴은 그를 "급진적 휴머니스트"라고 불렀고, 버거는 영화에서 "내가 이야기꾼인 것은 내가 잘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은 전선을 누비는 금지품의 전달자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저서로는 『보는 것에 대하여(About Looking)』『피카소의 성공과 실패』『예술과 혁명』 등 시각예술 에세이와 『우리 시대의 화가』 등 평론집이 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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