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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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의장은 자택에 돌아온 후 기자들과의 면담을 사양하고 안방에서 노대표의 시국수습안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한 후 비서진을 시켜 『노대표의 제안을 환영하고 대통령이 이를 빨리 수락할 것을 기대한다』 는 요지의 공식논평을 발표했다.
김의장은 잠시 후 기자들에게 『노대표의 발표를 직접 들어보니 민추협에서 보고 받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며 민정당대표로서 기대할 수 없었던 좋은 얘기가 많았다고 일성.
김의장은 『억압조치등 독재나 하는 사람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신선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비록 국민의 압력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겠지만 앞으로 비극 없이 민주화가 되고 국민화해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김의장은 지난해 여당이 직선제를 받아들이면 사면·복권이 돼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민주화가 되는 것을 보고 국민과 협력하는 게 나의 소원이다. 대통령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그 부출마선언은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봐도 되는가.
『나의 의도는 민주화실현에 있는 것이고 언제든지 대통령에는 관심 없다. 다시 말해 「대통령 되는데」 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김의장의 부출마선언후 김총재는 그 직후「김의장은 그 선언에 구애될 것이 없다」라고 했는데….
『내가 김총재의 말꼬리나 잡을 수 있는가. 오늘은 기사가 넘치니 이 정도로 해두자.』
-김총재는 10월에 대통령선거를 해야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내총선은 확실한 것이 아니냐.
『물론이다.』
-노대표의 수습안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보는가.
『여당대표로서 그 정도면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어쨌든 노대표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본다』
-김의장의 부출마선언이 민정당의 시국수습안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민정당이 이러한 수습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는가.
『별로 예상치 못했다』
-대통령선거법등의 개정을 위해 여야협상기구를 구성할 용의는.
『이 자리에 민주당부총재들이 와있으니 그들에게 물어봐라. (웃음) 내 생각이 아직 정리도 안됐고 정리가 됐다 하더라도 지금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 함부로 얘기하다보면 또 연금 당할지 모른다. (웃음) 』
-앞으로 여야협상에서 김총재는 「민주화 공동실천위원회」 를, 김의장은「거국중립과도내각」 을 구상하는 것 같은데….
『오늘은 노대표의 시국수습안에 대해서만 얘기를 국한시키자.』
-곧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 있는가.
『기자회견 계획은 없으나 일단 대통령의 결정을 지켜보자.』
-앞으로 시국이 수습될 것으로 보는가.
『대통령이 노대표의 건의를 그대로 수락하고 여야가 순조로운 협상을 해야할 것이다. 그동안의 시위에서 나타난 요구의 일부를 수용한 것으로 본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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