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 한 여성 26명…알고보니 엉뚱한 남자 정자 수정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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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한 의료기관에서 체외수정(IVF·시험관 시술) 실험 중 잘못된 정자를 최대 26명의 여성 난자와 수정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가디언·BBC 등 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 의료센터(UMC)를 인용해 “지난 2015년 4월 중순부터 올해 11월 중순까지 이뤄진 체외수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UMC는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난임치료를 받고 있는 한 커플의 남성측에서 체취한 정자가 다른 26 커플측 여성 난자로 들어갔다”며 “(해당 시술을 받은 여성들 중)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은 적지만, ‘배제할 수 없다’”며 “해당 커플들에게는 이미 통보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해당 여성의 절반이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여성이다.

UMC측 관계자는 “이런 소식을 전하게돼 매우 유감이다”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체외 수정은 유산 혹은 수정상의 문제가 있을 때 사용되는 시술로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체취한 뒤 배양접시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해 수정란을 다시 여성 자궁으로 이식하는 과정을 뜻한다. 수정란을 이식한 뒤 보통 2주 뒤에 성공·실패 여부가 확인된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12년 싱가포르에서도 발생했다. 병원측이 지난 2010년 실수로 정자를 뒤섞어 잘못된 난자와 수정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중국계 여성이 자신의 남편이 백인인데 아기가 피부톤이나 머리결 등 아빠를 닮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겨 2년 뒤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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