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오판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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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다시 6·25를 맞는다. 37번째 치르는 비극의 기념이요, 슬픔의 회상이다.
특히 이번 6·25는 우리 내부가 극도로 긴장되고 분열된 상황속에서 맞게 되어 더욱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지금 우리 모두가 6·25의 참 뜻을 되새기고 당시 조국과 민주주의를 지키다 순국한 용사들의 정신을 본받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때는 건국 초창기였고, 우리모두가 매사에 미숙하던 때였다. 그러나 국제 공산주의 음모하에 시작된 새로운 전쟁을 맞아 온 국민이 일치 단결하여 적과 싸웠다.
결과는 완전 승리가 되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공산화를 방어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태세는 더욱 흩어진 느낌마저 준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내적 대결상태에 있어 자칫 국방과 안보를 소홀히 할수 있는 분위기다.
또 북한은 우리의 분열상태를 자기네 전략수행에 유리한 상황으로 생각하여 딴 일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몇 가지 경고와 아울러 권고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평양당국은 우리의 정세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국민의 다수가 시위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반공을 고수하는 민주 시민들이다.
우리 학생들도 데모를 하면서 공산군이 오면 언제든지 반공구국전선의 제1선에 자진 출정한다는 뜻을 표시해 왔다.
이들의 시위 명분은 명백한 자유민주주의다. 그것은 바로 공산주의가 적대시하는 정치체제 일뿐 아니라 반공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다.
다음은 북한당국이 6·25를 범한 죄과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지는 절차를 스스로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김일성 일당은 수많은 동포를 죽음으로 몰아 넣고 남북분단을 더욱 경화시킨 전쟁을 도발하고도 40년이 되어오는 지금까지 아무런 회개의 기미가 없다.
오히려 전쟁책임을 우리에게 씌우면서 대남 도발을 계속, 그때의 무력남침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째는 우리 자신의 문제다. 6·25는 당시 우리 지도층이 일치 단결하여 국가체제를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가 당한 기습이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보다 능률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고 국민의 결집에 성공했다면 비극은 예방됐거나 감소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지도층은 이 같은 경험에서 값진 교훈을 찾아야 한다. 낭비적인 갈등으로 시간과 정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어느 국가에 있어서나 국가보전, 즉 국방은 국가의 제1목표다. 그러나 한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국방은 군인들에게만 맡기기엔 너무나 중대한 과제」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군인이 국방을 떠나서도 안되지만 국민 전체가 국방에 참여해야 한다는 두 가지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국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하고 책임감 있는 군대와 유능하고, 권위있는 국가 리더십, 그리고 각성된 국민의 단결이다. 지금 우리국민 모두와 정치·군부지도자들은 이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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