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시 구조조정 추진…건설 등 선제 대응방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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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엔 조선·해운업 이외에서도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8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올해 벌인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등 4개 업종의 구조조정 추진 실적과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정부는 4개 업종 이외에 건설 등 다른 주력산업에서도 잠재적 위험 요인을 상시 점검해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 플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채권자가 주도해 기업의 회생 계획을 세우면 법원 인가를 거쳐 기업을 정상화하는 방법이다. 민상기 기획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은 “법원 중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는 신규 자금 지원이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담은 사전계획안을 마련해 법원과 협업하면 구조조정이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기업활력법(원샷법)을 통한 사업재편도 계속 활성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역경제와 고용 위축이 우려됨에 따라 지난 10월 발표한 ‘조선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에 이은 추가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올해는 철저한 자구노력과 엄정한 손실분담이라는 원칙을 세워 구조조정의 규율을 정립했다”고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구조조정에 원칙과 형평성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우조선은 살렸지만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 조처가 바람직했냐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직접고용인원이 4만8000명인 대우조선과 1200명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를 서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도 선박 수주가 부진하며 내년에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당장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서도 정부는 “유동성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할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 물류학부 교수는 “결국 해운과 조선은 하나로 연결되는 산업”이라며 “정부와 채권단이 뒷일을 생각지 않고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는 바람에 해운뿐 아니라 조선업 위기도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국내 해운사 간 합병이나 동맹을 통해 규모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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