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강좌 문전성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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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 레이아우트를 한번 검토해 봅시다. 이 편집은 대각선 배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측 상단에 크게 펼친 좌담사진의 무게를 좌측하단의 얼굴사진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좌측상단의 제목이 주는 무게를 받쳐줄 만한 것이 우측하단에 없다는 것이 결점입니다.』
17일 하오4시 여의도 한국편집아카데미. 수료가 며칠 남지 않은 수강생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지면에 대해평가를 받고 있다.
취재·기사작성에서 편집·제작까지를 익히는 편집강좌가 최근 2년간 잇달아 개설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편집강좌가 첫선을 보인 것은 84년5월 한국잡지협회가 개설한「잡지대학」. 하루 2시간씩 2개월 과정으로 진행되었던 잡지대학이 예상외로 커다란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한국편집아카데미(85년)·여성사회연구회(85년)·중앙문화센터(87년)등이 잇달아 편집강좌를 개설, 한국잡지협회와 함께 정기 혹은 부정기적으로 강좌를 계속해 오고 있다.
인터뷰 등 각종 기사작성, 전면 장식하기, 제목달기, 사진설명 다루기, 컷 규정용어 익히기 등을 거쳐 실습제작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이들 강좌의 공통적 내용. 여성사회연구회처럼 여성불평등에 관한 문제의식을 기르기 위해 관련강좌를 듣고 토론하는 과정이 포함되는 곳도 있다.
교육기간은 주1회 2개월 과정에서부터 하루 2시간씩 5개월 과정까지 천차만별. 한달 수강료는 주1회 과정은1만∼1만5천원, 매일 하는 곳은 월4만5천∼8만원이다.
이들 강좌의 수강생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20대중반의 미혼여성들. 최근 들어 대학재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처럼 젊은 여성들이 편집강좌에 몰리고 있는 이유를 『취업의 가능성 때문』이라고 한 국편집아카데미 박영실 원장은 말한다. 자신의 취업욕구와는 달리 어문계열을 전공한 대졸 여성들의 경우 사회취업에서 유용한 전문분야가 없어 취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 따라서 편집에 대한 기초훈련을 마침으로써 이를 밑천 삼아 잡지·출판·기업체 등의 취업문을 두드려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잡지대학을 거쳐간 5백여명의 수료생 중 남자는 거의 전부, 여자는 약 60%가 취업했으며 한국편집아카데미의 경우 역시 연간 40명을 배출, 남자 90%·여성 60%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는데 초임의 경우 평균 22만원선.
여기에 편집관련업계가 타 업계에 비해 남녀차별이 별로 없으며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다는 점과 결혼 후에도 계속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젊은 여성들을 편집교육에 몰리게 하기도 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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