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북풍한설에 핀 매화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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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1국> ●·판윈러 5단 ○·신진서 6단

13보(135~146)=35의 효과는, 백이 상변 A로 막아 진영을 크게 지키지 못하고 40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데 있다. 속된 표현으로 아픈 곳만 골라서 때리고 있는 것인데 수순 중 갑자기 하변으로 손을 돌린 36은 뭘까. 점잖게 이어준 37은 정수.

36은 ▲쯤을 양단수로 잡겠다는 치졸한 수가 아니다. 은근한 노림을 담은 선수다. 여기서 “허술한 상변을 지키지 않고 감히 손을 돌려?” 발끈, 오기를 부려 외면했다가는 ‘참고도’ 백1로 가볍게 수가 난다. 흑2로 잇고 버텨도 백3으로 내려서면 a, b 맞보기로 흑이 잡힌다.

“부족하지만 생각처럼 큰 차이는 아녜요. 판윈러가 좌상귀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미세해졌습니다. 백이 하변을 선수로 막았다는 것도 기분 좋은 흐름입니다.” 박영훈 9단의 말에 북풍한설에 핀 매화처럼 반짝, 역전의 희망이 피어난다. 하지만 프로의 바둑은 아무리 미세한 차이라도 경계가 어느 정도 결정된 종반에서는 뒤집기가 천릿길처럼 아득하다. 중앙 41로 날아오른다. 하변을 선수로 막힌 건 언짢지만 우세는 변함없다는 자신감인데 신진서는 다시 42, 44로 하변을 건드린다. 집요하다. 거기, 무엇인가가 또 남아 있나? 45로 침착하게 물러설 때 46의 찝기. 뭔가, 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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